가만히 생각해 보면 우리는 세계 패권 국가의 불합리 함을 자주 보게 된다. 최근 트럼프의 미 대선 승리와 MAGA(Make America Grea Again)과 America First라는 그의 기본사사오가 캐치프레이즈가 더욱 이로한 패권국가의 불합리함을 드러내게 한다. 그리고는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수준에 이르러 정치외교를 잘하는 것은 이러한 국제 질서 속에서 실리를 잘 챙기는 것으로 인정하기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이들 패권 국가들은 어떤 과정을 거쳐 그 입지에 이르렀는가? 다양한 요인들이 있겠지만 과학기술의 발달과 이의 시의적절한 활용이 가장 앞선 이유가 아니었을까 한다. 뉴턴의 만유인력과 이에 따른 물리학의 발달, 와트의 증기기관과 이를 가능하게 했던 윌킨스(John Wilkinson)의 공작기계(mother machine)는 산업혁명을 거쳐 영국을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이라는 근대 패권 국가를 탄생시켰다. 이후 처칠(Winston Churchill)이 영국함대의 연료를 모두 석탄에서 석유로 바꿔 1,2차 세계 대전의 승전국이 되면서 본격적인 석유시대 즉, 석유가 곧 힘인 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1,2차 세계대전은 세계패권국의 지위를 영국이 미국에 내어주는 결과를 가져 왔다. 그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첫째는 미국이 1,2차 세계대전의 직접 당사자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1차 대전 때는 독일의 무제한 잠수함 작전과 멕시코 제휴 제안으로, 2차 대전 때는 일본의 진주만 침공과 추축국의 선전포고로 세계대전에 참전했으나 전장은 미국 밖이었다. 미국본토는 각 전쟁에 필요한 물자를 생산하는 생산기지 역할을 담당했고 미국은 엄청난 공업생산력을 바탕으로 막대한 전쟁물자를 생산해 나갔다. 사실 1차 대전 초기에만 해도 미국은 전쟁물자 생산 기술이 적어 유럽(영국, 프랑스, 전후 독일)을 벤치마킹 했지만 1차 대전 종전후에는 유럽은 생산시설이 대부분 파괴된 반면 막대한 전후 복구 수요가 있었고 이 수요는 1차대전중 공업생산력이 급등한 미국의 공급에 의존하면서 미국은 10년간 생산량이 해마다 64%씩 급등하는 광란의 20년대(roaring twenties)와 이에 따른 대공황까지 겪게 된다. 2차 대전때 미군의 전쟁물자 생산량은 군용기 295,429대, 군용 선박 71,062척(824만3천톤), 민간 상선 5,425척(5,323만9천톤) 등 말그대로 생산능력의 끝판왕을 보여준다. 이러한 공업생산량은 미국의 넓은 국토에서 생산되는 막대한 자원도 있지만, 무엇보다 포드의 컨베이어 벨트로 대변되는 현대적 생산 시스템과 이를 가능하게 하는 전기라고 볼 수 있다. 전기에 의한 미국의 공업생산력 2010년대 중국에 추월되기 전까지 압도적인 발전량을 보여주어 2000년 4,000TWh(테라와트시, 10억 KWh)에 달했고 오늘날 지구촌의 생산 공장인 중국은 당시 1,356TWh에 불과했다. 이후 2010년경에 미국과 중국의 발전량은 역전되어 2022년 현재 중국의 발전량이 8,833TWh로 미국 4,510TWh의 두 배 수준까지 늘어났으니, 미국이 안달이 나서 중국을 견제할 만도 하다.
미국은 이처럼 시의적절한 공업생산 능력만 갖춘 것이 아니라 금융시스템과 군사력, 기초과학 기술력과 국제적 신인도와 동맹까지 확보해 나가면서 현존하는 유일한 패권 국가로 자리매김한다. 미국은 기축통화 국가이다. 1차 대전을 겪으면서 유럽 각국이 막대한 전쟁비용 조달을 위해 금본위제를 폐지하고 2차 대전을 겪으면서 브레튼우즈체제로의 전환과 1975년 페트로 달러시대가 도래하면서 미국의 기축 통화는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전세계를 대상으로 막대한 무역적자를 내고 기축통화인 달러를 전세계에 공급해왔다. 군사력 측면에서도 미국의 군사력은 말 그대로 넘사벽이다. 세계 1위 공군은 미공군 세계 2위 공군은 미해군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이고 미해군의 항모 전단 하나만으로도 왠만한 국가를 상대하고 남는다고 보고 있고 한 국가의 군사력을 평가할 때 미군을 상대로 몇 일을 버틸 수 있는가로 평가하기도 한다. 우리나라가 GFP(Global Fire Power)기준 세계 5위인데 핵사용없는 재래식 전투에서 미군을 상대로 1주일을 버틸 수 있는 대단한(?) 국가로 평가되니 미군이 얼마나 넘사벽인지 알 수 있다. 국방예산에서도 미국은 올해 9,160억 달러로 천조국으로 불리며 2~10위를 합친만큼을 지출한다. 기초과학측면을 보기위해 역대 노벨상 수상자는 미국이 383명으로 2위 영국 132명, 독일 108명 등 2,3위와 비교해도 3~4배 많아 압도적이다. 2차 대전후 나치 독일 과학자 포섭작전인 페이퍼클립작전(Operation Paperclip)등 과학기술 인력 확보를 위한 노력의 결과이다. 미국의 동맹 확보 전략도 눈여겨 볼 만 한데, 1차대전 당시 미국은 유럽에 50억 달러(현재 한화 기준 110조원 규모)의 전쟁물자를 수출하고 대금을 받기 위해 94억달러를 대출했고, 2차 대전 이후에는 마셜플랜(Marshall Plan)을 통해 유럽의 재건을 지원했다. 이를 통해 유럽 대부분의 국가를 동맹으로 확보하여 냉전시기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를 탄생시켜 오늘에 이르고 있고, IMF, IBRD등 국제기구의 설립을 주도하여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를 확립하였다.
지금까지 패권 국가의 성립에 대하여 약술해 보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스페인 리라화는 110년(1530년~1640년), 네델란드 길더화는 80년(1640년~1720년), 영국의 파운드화는 105년(1815년~1920년)간 기축통화의 자리를 유지했었다. 미국의 기축 통화 지위를 1944년 브레튼우즈체제 시작부터 보면 이제 80년이 된 달러 기축통화체제가 얼마나 더 지속될지는 알 수 없으나 일찍 선진화와 패권 국가의 지위에 올라선 이들이 조기 선진화 그 자체로 역습을 당하는 흔적 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영국은 석탄을 원료로 하는 산업혁명으로 패권국의 지위에 오른 뒤 처칠이 원료를 석탄에서 석유로 바꾸며 극적인 에너지 밀도를 상승시켜 연합국이 세계대전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기여하고 이후 석유시대 북해산 브렌트는 중동 두바이유, 미국 서부텍사스 중질유와 함께 국제 원유시장의 흐름을 주도하는 세계 3대 석유의 지위를 지금까지 누리고 있으나, 지난 50년간 470억 배럴의 석유와 가스를 추출하고 이제 약 250억 배럴이 남아 있는 상황에 석유 기업들은 추가 채굴이 아닌 폐쇄쪽을 선택하면서 폐쇄 및 철거비용이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석유회사의 선택은 세계적인 탄소규제와 이에 따른 영국 정부의 징벌적 세금과 횡재세에 기인한다. 영국 정부는 석유 생산을 폐쇄하는 비용으로 600억 파운드가 들 것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이는 금년도 영국예산 1조 2,260억 파운드의 약 5%에 해당한다. 문제는 퇴역장비의 해체보다 해저 깊숙이 박힌 8,000개의 유정에서 플러그가 뽑혔을 때, 발생할 미래환경의 위협이다. 영국은 섬나라고 영국하면 떠오르는 음식이 피시앤칩스일 정도로 해산물이 주식인 점과 새로운 에너지원 확보가 절실해진 점을 감안하면 생존의 문제로까지 확대 된다.
2010년대 중국에 추월당하기는 했지만, 전기가 산업생산에 이용되기 시작한 20세기 내내 전세계를 압도했던 미국의 전력망 그리드는 대부분 20세기초 건설되었기 때문에 근래에는 노후화 문제가 점증하면서 미국답지 않은 대규모 정전 사태들이 발생하고 있다. 전선등 전력망 그리드는 대략 25~30년을 수명주기로 본다. 우리나라는 그리드 설비의 수명통계조차 발표하지 못하고 있지만, 미국의 경우 전력망 그리드의 노후화와 전력회사 민영화의 폐해에 의한 대규모 정전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미국의 대규모 정전사태는 1965년과 2003년의 미국북동부 사태와 1977년과 2019년 뉴욕시(맨하탄) 사태 그리고 2001년과 2020년 캘리포니아 일대 사태, 2012년 미국 동부 다수의 지역사태, 2021년 텍사스 사태 등을 들 수 있고 이 밖에도 상상외로 정전사태가 많으며 최근의 정전사태들은 대부분 설비 노후화에 기인한다. 먼저 1965년 11월 9일 미국 북동부대규모 정전사태(The Great Northeast Blackout)는 캐아가 온타리오주의 한 발전소에서 핵심 송전선이 작동 불능상태에 빠지면서 연쇄적으로 발생한 정전사태로 뉴욕주를 중심으로 인근 7개주와 캐나다 일부 지역까지 남한면적의 2배가 넘는 20만 7,000㎢ 면적에 정전이 발생해 3,000만명 이상이 암흑속에 갇히는 정전 피해를 입는 당시 초유의 정전사태가 발생했으며, 1만명의 주 방위군과 5,000명의 비번 경찰까지 동원되어 약탈을 막았다. 미국 북동부 정전은 2003년 8월 14일 다시 발생하는데 뉴욕, 뉴저지 등 미국 북동부 8개 주와 온타리오, 퀘벡 등 캐나다 지역까지 정정되며 공급 중단 전력 규모가 남한 최대 전력 수요의 1.3배에 달하는 6,180만KW규모의 초대형 정전이 발생한 것이다. 이 사건의 원인은 오하이오주의 발전기와 송전 선로 고장으로 인한 주변 발전소로의 수요폭증으로 연쇄적인 가동중단이 발생한 것이 원인 이었다.
사상 두 번째 큰 규모인 1977년 7월 13일 밤 낙뢰사고에 의한 뉴욕시 정전이었는데 이 때는 대규모 약탈로 무려 3,776명이 체포되었다. 다만 이 때는 1965년 전력망 과부하 경험을 반면 교사로 삼아 뉴욕주와 외부의 연결망을 끊어 정전피해는 뉴욕주에 국한되었다. 뉴욕시 역시 2019년 7월 13일 맨하탄 도심에서 변전소 화재로 인한 7만 3,000가구가 피해를 입는 대규모 정전을 다시 경험하게 된다. 42년만에 같은 날 정전이 발생한 것이다.
다음으로 캘리포니아 사태를 보면 캘리포니아주는 미국 50개주(州) 가운데 최대의 인구와 공업생산력을 자랑한다. 바꿔 말하면 전력수요가 가장 큰 주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정전사고도 다양하다. 1998년 8월 35만명이 피해를 입은 정전, 2000~2001년 12개월간의 순환단전, 2005년 9월 LA지역 수백만명이 피해를 입은 정전, 2008년 1월 북부지역의 160만명 피해 정전까지 다양하지만 본고에서는 미국 전력시장의 다양한 측면을 보여주는 2000~2001년의 순환 정전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우리나라와 다르게 미국은 땅덩어리가 크다. 지역별로 날씨 차이가 크다는 말인데, 2000년 여름은 혹서, 겨울은 혹한의 날씨가 캘리포니아 지역을 덮쳐 전력수요는 급증한 반면 캘리포니아는 탈원전을 지향하면서 원전 조기폐쇄가 진행중이었고, 신규 발전소 건립지체와 수력 발전 감소, 님비(NIMBY) 현상에 따른 전력망 확충 지연, 발전설비 노후화 등으로 전력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게다가 원자력과 석탄 화력 발전이 액화천연가스로 대체되면서 가스가격의 급등과 이에 따른 전기도매가 급등과 소매가격 동결에 따른 수요증가·공급축소는 이러한 불균형을 가속시켰고, 엔론분식으로 대변되는 공급축소 및 타주 매각후 고가 역수입등 시장왜곡까지 나타났다. 이에 따라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2000년 6월 ~2001년 5월까지 12개월 동안 순환 단전을 실시하게 된다. 비상수급상황 발령이 수백회, 순환단전이 38일, 공급차단이 6일간 시행되었다. 2020년 캐리포니아는 다시 한 번 순환정전 사태에 직면한다. 2020년 8월 비정상적인 폭염과 코로나19로 주택용 전력수요가 급증한 가운데 피크시간 가스발전기가 고장나고 대규모 산불로 타주(州)에서의 전력보충도 줄어 들면서 캘리포니아 주정부도 어쩔 수 없이 순환단전을 실시한 것이다.
한편 2012년 여름에는 순간 돌풍으로 수도 워싱턴 D.C.를 미국 동부해안 일대가 40도가 넘는 무더위속에서 3~7일 동안 정전사태를 겪었고 10월에는 동북부에 허리케인 샌디가 상륙하여 뉴욕 맨하탄 남부 1/3사 4일간 정전 되기도 했다.
2021년에는 2월 15일 기록적인 겨울 폭풍으로 역대급 폭설과 한파로 발전 연료인 천연가스 공급망이 얼어버려 500만 가구 이상이 정전의 피해를 입었다. 이 한파는 수도관마저 얼려버려 수도, 전기가 모두 공급이 중단되며, 중대 재난 선포로까지 이어졌다. 텍사스는 2002년 전력시장 자유화로 인해 주민들의 전기료 부담이 최대 200배까지 치솟는 등 폐해에 직면하여 전기를 전기 회사에서 사서 쓰는 대신 자가 발전을 위한 노하우들이 많이 쌓여 있다. 물론 텍사스만은 아니고 미국의 전역적 현상이다. 이러한 노하우 덕분에 2021년 텍사스 정전사태시 주민들은 자가용에서 추위를 피하거나 자가용의 히터를 집에 끌어다 난방을 대신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일찍 선진화의 길을 걷고 패권 국가로 자리잡은 영미를 중심으로 이른 선진화가 오늘날 역습으로 나타나는 현상들에 대해서 설명했다.
대한민국의 전후 빠른 성장은 산업화, 민주화를 거쳐 선진화가 이루어져 이제 성장(developing)에서 성숙(developed)의 시대에 접어 들었고 이런 빠른 성장을 보고 배울 선진국들의 시행착오를 보고 벤치마킹하는 폴로우어(follower)였기에 가능한 측면도 많았다. 그러나 이제 우리나라는 반도체, 선박, 문화콘텐츠 등 많은 부분에서 벤치마킹을 하는 것이 아닌 벤치마킹 당하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되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퍼스트무버는 불가피하게 시행착오를 겪을 수 밖에 없다. 점령할 수는 있어도 통치에 실패하는 역사의 수 많은 사례를 우리는 수 없이 보아 왔다.
대한민국도 언젠가는 실패의 벤치마킹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성공에 도취되어 매너리즘에 빠지는 순간이 퇴보의 시작점이다. 이제 우리는 잃을 것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이제 우리가 가장 걱정해야 하는 것은 소위 국뽕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한국갤럽 조사결과 국내 핵무장 찬성론이 70%를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필자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듯이 미국의 핵우산은 믿을게 못되고 자주 국방만이 살 길이라는 데 동의한다. 그러나 북한의 핵개발시 국제 제재에 의한 고난의 행군으로 인구 2,000만명의 15%인 300만명이 아사한 걸 기억해야 한다. 우리는 이미 배가 불러본 기억 있다. 한마디로 못 견딘다. 그럼에도 왜 국내의 자체 핵무장론에 온 국민이 열광하는가?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트린 국뽕에 있는 것은 아닌가? 뭔가 우리의 눈을 가린 것은 아닌가? 진지한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아닌가? 이에 대해서 추가적인 고민을 해보기로 하자.